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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시계

권규림시인(옥희) 저 개명했어요 2016. 9. 27. 03:59






아버지의 시계


                                     

                                          권 옥 희   

       



아버지와 세상 이별 후

아버지의 손목에 채워져

외로움을 돌려가던 시계도 멈췄다

서걱서걱 마른 뼈처럼 삐걱대며

아버지의 떠날 길을 열어주려고

잠 안 오는 밤을 함께 지켜주던 그 시계

 

밥만 주면 다시 신나게 달려갈 것을

돌아오지 못할 길에서

우리 아버지 발 동동 구르며

너무 애타할까봐

일부러 죽은 시계를 살리지 않았다

 

붉게 타던 배롱나무꽃 다 지고

하늘은 더없이 푸르른데

멈춘 시계 속에서 우리 아버지

구부정한 어깨로

외로운 추억을 계속 퍼내고 있다


미움도 사랑이어서

흰구름 피어나는 하늘 저 언덕에

그리운 그 모습

날 보고 있을까봐

아버지~하고 불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