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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무
권규림시인(옥희) 저 개명했어요
2014. 10. 1. 02:53
나 무
권 옥 희
아버지가 쓰러졌다
뒤틀리고 옹이 박힌
관절이 꺾였다
하늘 높다 버티던 뚝심이 풀어지고
펄펄 뛰던 가슴은
초승달 돋는 밤처럼 적막했다
얼마나 많은 날을 짊어지고
얼마나 많은 바람을 향해
무릎을 구부렸다 폈던가
아버지는 사랑 없는 이 세상을
뜬눈으로 버렸다
바람 든 관절은 움직임을 잃었고
손에 쥔 모든 것을 놓았다
절대로 놓지 않을 것 같았던
핏줄도 놓았다
아버지 허망한 삶이 문을 닫았다
이름마저 사라졌다
아버지 가시는 그 길에
외로운 안개가 따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