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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립게 살아온 날이 그리워

권규림시인(옥희) 저 개명했어요 2013. 6. 13. 01:58

 



 

그립게 살아온 날이 그리워
 


                                                                  권 옥 희
  


바다가 불렀다
핏줄로 이어진 마음을 서해바다가 불렀다 
늘 마음 속에서 출렁이던 그 바다
형제의 핏줄만큼 질긴 뻘밭을 두고
바다가 한발 물러나
왕산포에서 안섬까지 길을 내어준 서너 시간
 
내 키 몇 길을 건너뛰어온 시간을 너머
해송의 키 큰 그늘막에서
아버지 어머니가 뿌려둔 씨앗처럼
여기저기 흩어져 쑥쑥 자라난 너는 고사리가 되고
나는 참취가 되고
 
바다에 뜬 해도 재워버릴 듯 우리는
아버지 어머니 떠난 자리를 흘러간 옛노래로 채웠다
그리고 타닥타닥 타들어가는 황혼불에
뜨겁게 벌어지는 바지락의 눈물 같은 사랑
서로의 가슴에 쏟아부었다 

 

그립게 살아온 날이 더욱 그리워
달큰하고도 애절한 봄바다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