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처럼 마음으로 오는 시
감꽃, 나는 네게로 간다, 동행 / 고향시인 김정구
권규림시인(옥희) 저 개명했어요
2013. 6. 11. 00:54
감꽃
김정구
고랫골 고향 마을에 감꽃이 진다. 마지막 서는 챗거리 장날 아침 더는 흐르지 못할 강물 위로 감꽃이 진다
어디로 갔을까? 우리들 가난함이 떳떳이 빛나던 시절 새벽마다 감꽃을 줍던 순이 동이 정든 이름을 물속에 묻고 채찍거리 돌아보며 해평으로 떠났을까? 물막이 공사장 잡역부가 되었을까?
주인없는 빈 마당 키 낮은 지붕 위에 아무도 줍지 않는 감꽃이 진다.
나는 네게로 간다
김정구
무성한 여름 숲을 넘어 오늘은 바람에 불려 땅을 덮어가는 은행잎처럼 나부끼는 햇살 순금의 깃발을 밟으며 흙 묻은 맨발로 간다 산수유 열매 불씨로 타는 가을 산을 밤길 더듬는 별이 되어 간다
침엽의 풍경 위에 눈이 내리고 귀먹은 계절에 시퍼렇게 치솟는 물보라 오래 얼어붙은 그 겨울 항구에 이 가을 입히러 나는 간다 차디찬 네게로
동행
김정구
옷고름 푸는 봄의 젖꽃판에 올려놓은 홍매 위에 내 엎어져서 잠시 잠 들었을 때 너는 내 가슴에 얼른 火印을 찍으라
그 문양을 받으러 그림자와 함께 가는 아름다운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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