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뜨는 봄나들이 -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에어로빅 봄나들이)
작년 가을, 장흥 여울목에서의
우리 화곡본동 에어로빅 단합대회겸 가을나들이가 너무나 즐거워서
너도 나도 꽃 피는 봄에 또 가자는 약속을 했었다.
가을에 단풍 든 산과 골짝을 보는 것도 좋았지만
봄에 파릇한 새싹과 꽃들을 만나는 것도 좋겠다 싶어
그래, 가자~
늘 똑같은 날들에서 벗어나 우리도 하루쯤
집을 잊어보자고 나들이 계획은 세워놓았다.
그런데 4월의 봄날이 그래도 봄이라고
바람 속에 봄 봄 봄~ 노래를 부르면서 꽃들을 피워놓고도
저 자신을 어쩌지 못해 추웠다가 바람 불다가
그야말로 미친 사람 널뛰듯 사람 마음을 갖고 놀더니
어느새 꽃들은 때가 되었다고
잎들을 훌훌 날리며 기억 속으로 떠나려 하고
조바심 난 우리는 봄날 다 가고 꽃구경도 못할까봐 부랴부랴 날을 잡았다.
동생들은 장보기와 보물찾기선물 포장과 게임준비 등을 하느라
운동 끝나고도 삼삼오오 모여 일사천리로 준비가 끝나고
난 우리 나들이 가는 날 춥지 않고 비가 안 오기를 기도했다.
다행이도 아침 날씨가 화창하다.
진잘래꽃 만발한 여울목 뒷산을 오르려면 등산복을 입고 가는 게 맞는데
에이~ 그래도 봄나들이잖아~
그래서 병아리처럼 노란 사파리를 입고 가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우리 왈패 전회장님 전화로, 아 뭐혀~ 빨리 안 오면 떼놓고 간다!
에구~ 강아지밥도 줘야 하는데
흑흑~ 양아야, 양순아! 배고파도 참아. 엄마 나들이 갔다와서 맛있는 것 줄게~
나는 립스틱을 어떻게 바른지도 모르게 후다닥 뛰쳐나갔다.
버스가 9시까지 오기로 했으니 늦어도 40분까지는 가서 동생들을 맞이해야 하는데
시간이 거의 9시가 다 되었다. 이놈의 꼼지락거림이란 참~
만나기로 한 국민은행 앞에는 벌써 선생님도 오시고 거의 다 왔다.
모두가 환한 얼굴들, 봄나들이의 설렘과
오늘은 자유부인이라는 평화가 얼굴에 그대로 묻어났다.
서로서로 반기며 기대에 들떠 있는데 버스가 안 온다.
이걸 어째~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나고~
전화를 해도 전화도 안 받고 애가 타는 총무와
책임을 맡고 있는 나는 어떻게 할 줄을 몰랐다.
우리는 작년 가을처럼 9시에 출발해서
여울목 뒷산을 올랐다가 밥을 먹고 놀 계획인데
여울목 주인은 우리가 산에서 내려온 11시를 도착시간으로 생각해서
버스가 10시에 온다고 했단다.
아유~ 난 못살아! 출발전부터 기분을 잡치면
나들이고 뭐고 재미가 하나도 없을 텐데
그래도 어쩌나 최대한 빨리 온다니 기다려봐야지.
콩나물 데치다 버스 떠날까봐 불 끄고 달려온 친구는
다시 집에 가서 콩나물 살펴보고 오고
세탁기 돌리다 온 친구는 빨래를 널고 와도 버스는 안 왔다.
근처 교회에서 차도 마시고 김밥도 먹고 수다를 떨며
아까운 시간을 한참이나 죽인뒤에야
용케도 우리 친구들, 동생들, 형님들 잘 참아주어서
무사히 버스를 타고 여울목으로 갈 수 있었다. 휴~
뭐? 회장이 여태 안 오면 어떡하냐구?
5분내로 안 오면 내삐리고 간다구~
헤~ 미안, 그래도 나 없으면 뭔 재미로...
형님덜 나오셨슈?
나들이는 나이를 먹었건 안 먹었건 설레기는 마찬가지
우리들의 롤모델인 왕언니들
근디, 복자 자네는 거기 왜 낑겨 있어?
나보고 형님이라고 부르라고?
으잉? 일 하느라 바빠서 몇 달 운동 쉬고 있는 종길이
자네도 왔는가! 방가방가~
아유, 언니~ 나 안찍을래!
요때까진느 영선이도 쑥스러워했다. 근디?
개봉하시라 개봉박두~`~
저녁반 회장님도 예쁘게 하고 오고
영란이는 화장 안 해도 예뻐~
여기도 저녁반이네~
오우, 비반 이쁜이들
나들이 가서 애들 걱정 안 하게
단도리 잘하고 온겨?
호호 언니, 걱정 마셔요~
오늘 가서 말이지.
그 동안 다이어트하느라 못 먹었던 거 왕창 먹고
월요일부터는 비실대지 말고 빡세게 뛰는겨 알간?
비반 회장인 이미경님의 한 말씀~
하~ 오늘 가서 얼마나 재밌을까?
작년 가을 만큼 즐거울까? 기대만땅
동생들, 걱정 하덜덜 말어.
산에만 올라갔다 와도 본전은 찾을 테니까~
글구 까나리액젓의 맛을 한번 봐봐
아직도 생각하면 으~
그렇지. 카메라 들이대면 그런 맛은 있어야지
그대는 센스쟁이~
요때까지는 정말 좋았다.
그런데 이미 와서 대기하고 있어야 할 버스가
출발하기로 한 9시가 넘도록 안 온다.
우리 총무인 정미 부랴부랴 휴대폰을 들고 통화를 시도한다.
그래서 착오가 생긴 걸 알게 되고
아침부터 부랴부랴 나온 친구들은 기분이 가라앉기 시작한다.
하는 수 없이 버스가 올 동안 화성교회 예배당에서
피신 아닌 지루한 기다림이 시작됐다.
기분 상해도 웃는 그대는 천사~
여기도 미소천사~
아침 일찍 서두르느나 힘들었지?
잉? 여긴 할미꽃천사?
아니 뭘 해도 예쁜 그대들이야~
반은 교회에서
반은 밖에서~ 에구 이게 무슨 변이람.
그래도 웃자. 웃는 자에게 복이 오나니,
웃어서 남주나~
그렇지? 하늘 같은 마음의 홍자~
마음이 복잡한 오늘은 세상사 시름 다 내려놓고
그냥 하루 훌훌 신선처럼 놀다 오세~
그렇게 달달한 사탕 하나 물고~
세상사 쓴맛도 모르고 살면 뭔 재미 있으라구~
이번엔 짝이 바꼈네. 지영인 워따 내버리고~
영선아, 홍자 언니가 그렇게 좋아?
아하~ 우리 지영이 여기 있네.
다른 체육관에서부터 함께 운동한 꽤 오래된 동지~
다른 곳에서 운동할 때 못 느꼈던 정을
지금에서야 다시 느끼고 있다.
영선이 좀 보래요.
아까는 쑥스러워서 안 찍는다고 얼굴 가렸지?
아주 큼지막하게 박아줄게.
이리 가까이 와봐~앙~
태분이 자네는 응가 마려운가?
화장실 가 있는 동안 버스 올까봐 참는다고? ㅋㅋ
형님들 큰 맘 먹고 나오셨는데 죄송혀유~
아, 마음 수양 중이어서 괜찮다구요?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안되는 게 없어.
그래, 그걸로라도 시간 떼워줘.~
친구~ 사탕 물면서 마음 좀 가라앉히고 알쥐?
운동 한지는 얼마 안됐지만
열심히 하면서 건강도 찾고 우리 더 씩씩해지자구.
으하하하 드뎌 터졌다~
그녀의 십팔번 인생 뭐 있어~~~
열시가 되도록 아직도 버스는 오지 않고
지금쯤 진달래 활짝 핀 여울목 뒷산을 상근이 안내 받아
헉헉대며 오르고 있을 텐데 쩝~
다들 참으면서 웃고 있는데 나도 웃어야지~
심심해서 옮긴 교회카페~
기다림에 지쳐서 서서히 표정이 어둡고 심각해져간다.
그래도 뭐~ 달달한 커피 한잔만 있으면 웃음이 나온다고~
그놈의 조금만이 사람잡는다고
겉으론 아무렇지 않아도 괜히 왔다 생각하게 할 무렵
배가 아파 못 간다고 하는 은영이를
너 때문에 버스가 아직도 출발하지 않고 있다는 말 듣고 부랴부랴 달려왔다.
덕분에 인원 한 명 추가~
웃기도 하고 한숨도 쉬고
막연한 기다림이란 이렇게 답답합니다.
명화는 커피로도 마음이 안 달래지는가?
아파서 어제 쉰 정미는 얼마나 애가 타겠어.
우리, 참는 김에 조금만 더 참아보자구~
아, 아니었구나. 내가 착각했어 미안~
그래서 말이지. 어쩌구 저쩌구 ~ 얘기들 많이 나눠~
배고플까봐 버스에서 먹으려던 김밥이 공수되고~
형님, 화났을 때 먹으면 체하니까
꼭꼭 씹어잡숴~
참 편안한 표정들. 자네들은 좋겠네.
에어로빅 회장 2년 연속으로 해봐.
오늘 같은 날 이럴 때는 정말 어디론가 까무룩하게 꺼져버리고 싶어.
말은 안 했지만 얼마나 속을 태웠는지
태분이따라 까페 혈압기로 혈압쟀더니
150이 넘어서 태분이가 깜짝 놀랐어.
흑흑 나 원래 혈압 정상인데...
진짜 혈압에 문제 있으면 어쩌지? 병원에 가서 진단 받아봐야겠어.
어? 드디어 버스 왔다! 기분 다시 업~
가자~ 장흥 여울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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