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방의 선물 / 우리들의 아버지
심야 극장에서 천만 관객을 동원한 화제의 영화 7번방의 비밀(?)이 아니고
선물을 보고 지금 막 들어왔습니다.
큰아들과 남편과 난생 처음 함께 야심한 시간에 영화를 보고 나오니 새벽 3시 30분!
남들은 한창 꿈나라에 가 있을 시간입니다.
하늘을 올려다 보니 그래도 몇 개의 별이 총총하고
영화 속의 감동에 대한 여운이 남아서인지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남편은 울어서 눈이 아프다고 하고 나 역시 눈물을 찔끔거려서 눈이 침침하고
둘다 안경 넘어 눈을 비비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남편은 동생이 아프고 나는 아버지가 아프고
가슴에 멍이 들지 않으면 울 일도 없겠지만 또 그것을 되새길 기회가 없어
모른 척 그냥 지나가는 게 내가 사는 현실이지만
영화를 통해 공감하고 대리만족을 통해 웃고 울은 것 같습니다.
바보이기에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방에 간 아빠와 그 감방에 숨겨둔 딸,
사실 들키면 안 되기 때문에 긴박하고 위험한 장면에 웃을 일도 아니었지만
나와 다른 현실감이었기에 배우들의 웃기는 행동과 말 몇마디에
씁쓸한 웃음이 터져나오기도 했습니다.
아니~ 웃을 일 없는 생활에 무엇을 통해서든
그냥 그렇게 허허실실 웃고 싶었겠지요.
여섯 살 지능의 자폐아빠 이용구와 어린딸 예승이가
하늘 아래 단둘이서 살아가기에는 이 세상이 너무 거대한 공룡 같았습니다.
세상에 힘 있는 자만 산다면 날마다 으르렁대며 싸움이 끊이질 않겠지요.
그래도 세상이 살만하고 견뎌낼 수 있는 건
힘이 없어도 강함을 여리게 할 수 있고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이치입니다.
그 점에서 웃고 울었던 2시간 여의 시간이
졸음을 쫓을겨를도 없이 흘러간 것 같습니다.
연기파 배우 유승룡의 천연덕스런 자폐연기와 바보 같지만
어린딸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버릴 수 있는 부성애가 돋보였습니다.
딸 같은 아이를 성폭행하고 살해했다는 바보 같은 법의 잣대 앞에서
대책없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지만
이용구는 누구보다도 자식을 사랑하고 사랑을 지킬 줄 아는 우리의 아버지였습니다.
훌륭하게 자라서 아버지의 누명을 벗기며 예승이가 하는 말
아빠, 사랑해요. 아빠, 안녕~
7번방의 선물은 결국 어린딸을 향한 아빠의 사랑이었고
딸을 지켜내기 위한 싸움이였으며
한 때의 죄값을 치루는 감방동료들의 인간 밑바닥에 숨어 있던 배려와 사랑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이용구는 절대로 이상한 놈이 아니었습니다.
새삼 대한민국의 모든 아빠들께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