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신난다 / 동심으로 돌아가서(에어로빅 나들이)
여울목의 이모저모들 둘러보면서
오늘 가을나들이 장소는 정말 잘 선택했다는 생각을 했다.
가까운 곳에 이런 좋은 장소가 있는데
차 밀려서 고생하며 우린 항상 멀리 갈 생각만 한다.
이제는 먹을만큼 먹었겠다~ 슬슬 운동삼아 게임해야지~
속이 노란 호박고구마 구워먹으면 딱이겠다.
괜히 통 하나씩 꺼내보면서 고구마가 없네~
없는 건 당연하지~ 불을 안 피웠잖아!
추우면 불도 쬐고~
야외활동하기 좋게 만반의 준비를 갖춘 여울목.
보기 좋으라고 담을 것 없는 항아리는 엎어서
풍경도 만들고...
식당 앞을 흘러가는 여울물~
여름엔 이곳에 평상 펼쳐놓고 물에 발 담궈가면서
좋아하는 사람과 오리백숙 뜯어먹으면 딱 좋겠다.
분수도 살살 물을 품어대면서
자기도 여울목의 풍경이라고~
여울목 들어오는 입구~ 오작교를 건너듯...
산은 불타고
아무 일 없다는 듯 소방차는 불구경하고...
볼이 터져라 풍선을 불어대건만
누군가 빼먹고 버린 밤송이에 여기저기서 펑펑
그래서 그물망에다가 꼼짝말고 있으라고 가둬두고
어렸을 때 공놀이 참 많이 했지.
'일년은 열두 달 삼백육십오 명절날~'
이런 노래에 맞춰 공놀이 하다보면
짖궂은 남자애들 공 뺏어가서 훌쩍훌쩍 울어대고...
365일이 명절날이었으면 좋겠다는 건
아마도 명절이 먹을 게 많아서 그런건지도 몰라~
누가누가 풍선을 더 빨리 부나~
우린 오랜지기~
화곡본동 에어로빅의 산증인~
작고 가벼운 것의 반항, 터지지 않게 조심조심~
아이구~ 풍선 불기 힘들다~
친구야, 나오니까 좋지?
인생 뭐 있어? 이렇게 내가 선 자리도 돌아보며 즐기면서 살자구.
응~ 약속 다 펑크내고 온 보람이 있네~
자~ 드디어 게임 시작~
A반대 B반, C반의 합반.
어느 팀이 이길까요?
먼저 복불복게임
찹쌀떡 먹고 휘파람 분 뒤 달려가서 잘 골라먹으면 콜라~
아님 까나리액젓. 그도 아님 조선간장~
까나리액젓 먹고 달려가는 폼이 어째 어질어질~
찹쌀떡을 물고 아무리 불어도 나오지 않는 휘파람
마음은 급한데 대충 콩가루만 잔뜩 날리고~
으~ 까나리액젓 한 컵 마시고
속도 울렁 땅도 울렁~
그래도 우리팀 이기게 달려가야지.
이번엔 피구다~
양팀 출격준비~
공이 넘어갈 때마다 죽이라고 난리다.
자~ 던질 테면 던져봐~
한방에 죽여줄게!
어림없는 소리~
어디 던질 테면 던져봐~
공은 어디로 갈지 몰라 고민 중이고...
설마, 여기까지는 공이 안 오겠지?
신나는 제기차기
잘 찬다~
시간이 넉넉하지 않아 많은 게임을 하지 못해 아쉬웠다.
어떤 게임이든 지기 싫은 게 게임이어서 넘어지고 자빠지고
상처까지 나면서도 악착같이 이겼다.
그래서 받은 상품은 그것이 얼마짜리건 기쁘기그지 없고...
게임이 끝나고 보물을 숨기는 동안
우리는 소풍나온 여고생들(?)
나이는 먹었어도 마음은 동심이다.
이렇게 환하게
이렇게 귀여운 표정으로
오늘 아니면 결코 내지 못할 표정
그래서 소풍은 즐겁다.
자, 자~ 일렬로 줄을 서고
모두 김치~
닮은 꼴의 다섯자매
독수리 오형제가 아니라
우린 달아줌씨 다섯자매~ㅎㅎ
쌤~ 다 예쁘게 폼잡는데
아직도 뭘 드시고 계세요?
엥? 아직도 단짝?
요즘 못 만나서 보고 싶어 어쩐대~
아직은 삼십대, 그래서 풋풋함이 넘치고...
그래, 어쩌라구~
여울물에 발 담그고
시상에라도 젖어드는지...
보물 하나도 못 찾은 패잔병들~
꽝만 몇 장 찾아들고
에라 셀카나 찍자.
행여나 보물이 있나 낙엽 뒤지다가
발 속에 나뭇잎만 그득 넣었잖아.
근데 도대체 보물은 어디에 숨겼을까?
보물 찾는답시고 괜히 연인들 데이트하면서
식사하는 방갈로 창문을 흘끔거리기도 하고
돌틈 사이에 숨겼나 뒤지다가 여울물에 빠지기도 하고
그래도 못 찾은 보물 포기하고 가을 여인이 되어 차나 마시자~
헤헤 니들이 아무리 찾아봐라~
꽁꽁 숨겨뒀거든.
실제로 본인들도 어디다 숨겼는지 잘 기억을 못했다.
찾아서 들고 있는 건 거의 꽝이고...
아, 이제 보물 찾기도 끝나고
아쉽게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
오늘 여울목에 흘린 웃음이며
서로의 가슴을 맞대고 함께 눈맞춘 시간들이
언제고 내 마음 삭막해지거나 알 수 없는 그리움이 밀려올 때
그때는 그랬지~ 이게 누구더라~
한 장, 한 장 꺼내보는 추억의 가을 단풍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