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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웃게 한다 / 네가 좋고 내가 좋아서(에어로빅 나들이)

권규림시인(옥희) 저 개명했어요 2012. 10. 28. 01:43

 

 

여울목의 가을 해는 짧고

우리도 해야 할 게 많습니다.

일찍 집에 돌아가기 싫지만 아이들이 엄마를 찾고 있어

해가 남아 있을 때 돌아가기도 해야 합니다.

게임도 해야 하고 보물찾기도 해야 하고

노래방에서 노래하며 놀기도 해야 하고 

그런데 한번 펼쳐진 잔치상은 쉽게 접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 화곡본동 에어로빅 나들이 사상

이렇게 야외에서 바베큐파티하기는 처음이니까요.

네가 좋고 내가 좋아서 속닥이는 이야기가 끝이 없고

맑은 공기와  빛나면서도 따스한 햇살과

온몸을 휘돌아나가면서 마음을 상쾌하게 하는 바람과

곱게 물든 단풍 때문에

술도 음식도 나오기 바쁘게 술술 잘 넘어갑니다.

엥, 왜 마늘밖에 없어?

별로 먹지도 않은 것 같은데

나오는 배는 어쩔 수 없어서 깊이 감추 흡~

고기 다 먹었으니 생마늘이라도 구워먹으려고

마늘이 몸에 얼마나 좋다고~

단호박에 싸먹으면 먹을만하겠다.

  먹고 또 먹고...

여기에 누구는 한번도 안 일어나고 계속 먹었다~

아, 사랑에 목마른 가을 여인~

나한테는 아무도 안 오고

술도 한잔 안 권하니 사이다나 먹어야지 뭐~

상추쌈 맛있어?

같이 먹지, 왜 혼자만 먹는데?

막 웃겨서 다 뱉게 한다.

안 뱉어내려면 브이해봐~

아이고, 언니 그만 웃겨요.

알았어요, 브이~브이~

자네~ 아직도 덜 먹은겨?

먹은 게 다 배로 가면 어쩌려구~

아, 월요일부터 빡세게 뛰면 된다구?

키가 제일 큰 우리 막내 많이 먹었나?

옆에 언니가 잘 챙겨줬겠지 뭐~

끼가 없으면 운동 잘 못하는데

그래도 재미를 느끼고 열심히 운동하는 그대는 천사같아~ 

여기도 예쁜 젊음.

언니들에게 나이 좀 나눠 주면 안될까?

아유~ 뭘 해도 예쁜 젊음~

화곡본동 에어로빅의 포스가 느껴집니다.

아직 100번은 아니지만 점핑잭 60번에 니업 60번

처음 올 때보다 힘도 배로 늘고

몸도 얼굴도 예뻐졌습니다.

친구야, 도대체 이 쓴 걸 왜 만들었을까?

사람들은 뭐가 좋다고 이 쓴 걸

좋아~ 좋아 띵호아~하며 마셔댈까? 

소주 한잔 마시니까 세상이 막 빙빙 돌아~

아우, 난 약보다 더 쓰다~ 휴

우리 비반 회장님은 영락없는 서빙 이모~

이모, 고기요!

네~네 곧 가져가요.

동생, 이 사진만 있다면 서운하겠지만

앞에 환하게 웃는 사진 있잖여.

자네는 절대 서빙 이모가 아니고 말이여.

솔선수범해서 앞치마 두르고

동생들을 챙기는 모범회장님이랑께~

우리 총무, 여기저기서 잔 받느라 바쁘네~

말없이 모두를 감싸며 똑소리나게 일 잘하는 그대는

오늘의 일등공신~

많이 먹고 그 동안의 서운함, 속상함  다 털어버리게나~

아유, 난 술 못 마시는데...

그래도 한잔혀~

이런때 아니면 언제 마셔~

우리 비반의 카메라맨도 목마를 텐

한잔 받아야지.

자 ,수고했어요 건배~

 

언니가 우는 동생을 달래면서 어루만지

아깝다, 카메라가 흔들려서~

그래도 멋진 포즈가 아까워서.

다시 시키면 이 느낌이 안 나오거든.

왜 이렇게 다정할까요?

에이반과 비반의 견우직녀가 만난 것처럼

예쁘고 정다운 모습이 보기만 해도 흐뭇합니다.

잘 어울리는 한쌍의 커플

운동할 때 앞 뒤에 서서 그러나?

절대로 아니지만

그대와 그녀는 혹시 사랑하는 사이?

빨리 소화를 시켜야 되는데

게임은 언제 하나~

고기 없으니까 단호박이라도 먹어야지.

그게 그래서 말이지~

응,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그냥 그렇게 됐다구~

무슨 얘기인지 궁금해서 살짝 귀를 대고 엿듣고 싶습니다.

선생님, 이제야 오셨구먼유~

제 잔도 받으셔야지요.

가을의 수다는 끝없이 이어지고~

사이다냐? 술병이냐?

어느 것을 드릴깝쇼?

에이, 촌스럽게~ 술병은 놓고 찍으랬지?

비반 모여라~

애들 학교 보내고, 남편 출근시키고

느긋하게 티비보거나 밤에 못다 잔 잠을 자거나 전화로 수다떨거나

내가 그랬듯이 딱 그럴만한 나이들~

그러면 늦지.

달콤한 유혹 다 뿌리치고 신나게 한 시간 뛰고 나면

엔돌핀이 돌고돌아 허리는 에스라인 얼굴은 삼각형

양악수술 안해도 예쁜 미녀가 되는 건 기본이야~

안 그려 동상들?

그나저나 촌스럽다고 술병은 들지 말랬지?

안그래? 내 말이 틀리면 나와봐~

그나저나 장희빈, 그 가래떡 언제까지 먹을래?

비반에 질 수 없지.

저녁반인 시반도 이렇게 환한 낮에 만나기가 얼마나 어려운데

직장에 나간 친구들도

옆에 있다 생각해서 사이사이에 넣고

두배로 웃어야지 안 그래?

일어나기 싫어서 뭉기적대다가도 시간이 되면

자석에 끌리듯 제일 먼저 달려와

날마다 아침 시작을 함께하는 에이반도

안 보면 못 사는 동지니까 함께 모여 찍...

야~아~ 너 때문에 안 보이잖여!

그래서 선생님께도 맨날 잡히는 모자티

뒤로 휙 잡아당기니

하나는 얼굴이 환하고

하나는 에구구~ 나 죽는다!

니들이 사진발을 알아?

옆에서 죽을 쓰던 메주콩을 삶던

우린 그냥 포즈만 잡으면 되지, 김치~

그래서 사진도 흐리게 나왔다.

무엇을 하든 모두가 공평해야 한다고~

자~ 전체 모여 단체사진 찍읍시다.

얼른얼른 모여라!

참 말도 안 듣는다.

아고~ 밑에 깔린 사람 숨 막히는데...

주인 아저씨 불러 찍은 단체사진~

아 뭐해 빨랑 와~

표정도 가지가지다.

 눈 감는 건 기본, 옆에 보고 앞에 보고 밑에 보고...

누굴 저리 애타게 부르는지...

그래도 소중한 순간이다.

내년 이맘때 이 모습 그대로 있다고 누가 장담할 것인가?

단체사진 찍고 흩어져 남은 사람~

어딜가나 남는 건 추억과 사진밖에 없으니

더 나이 먹기 전에 부지런히 찍어야지.

거기에 나도 낑기고

자~ 김치~~

기억은 금방 가물거리고

시간이 흘러 그립고 보고 싶을 때

하나하나 꺼내볼 수 있는 추억 한 페이지를 그리며~

아유, 힘들어~ 나 좀 놔주랑께!

뭐~ 아주 좋은디.

잠시만 이러고 있자고~

언니 등짝인지, 동생등짝인지 모르지만

옛날 엄마 등짝에 업힌 것 만큼 포근하다.

국화꽃은 어디서 꺾어꽂았대~

운동한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유연성은 일품이어서 다리찢기는 일짱!

아기는 어떻게 나았는지, 뼈는 있는지.

일자로 벌린 긴 다리에 우린 찢고 찢어도 안 닿는 배를

바닥에 턱 닿은 채 음악 듣는 모습 보면

그냥 부러워서 눈은 가자미눈~

쌤~ 산에 올라가니까 어땠어요?

아, 그 상근인가? 아니아니 몽식이녀석이

길도 아닌 길로 데려가서

먼저 내려갔는데도 늦게 도착했잖아.

그래 삼총사다, 이거지?

언제 봐도 예쁜 그녀들~

씩씩하고 유머 넘치고 목소리도 우렁차고

힘이 펄펄 넘쳐서 때론 우릴 힘들게 하지만

그 힘을 얻게 해주기 위해 선생님은 

날마다 최선을 다하며 땀을 비오듯 흘린다.

언제나 아프지 않고 건강하길 바라며

말 많고 탈 많은 곳에서도 늘 웃으며

얼굴 예뻐지고 몸매 예뻐지고

달달한 곶감 빼먹듯 마음에 잠재된 정을

친구에게 언니, 동생에게 빼주기도 하면서

우리 떠나는 사람없이 오래오래 함께 운동하면 정말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