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방

스승의 날에 아이들과 (세빈이네와 현서네)

권규림시인(옥희) 저 개명했어요 2012. 5. 17. 13:48

날씨는 좋고 답답한 집안을 벗어나

우린 이렇게 놀면서 공부했습니다.

휴대폰으로 아이들의 모습을 담는 것이너무 재미있는데

아이들은 걸핏하면 사진 찍는다고 도망가기 바쁘네요.

있는 돈 다 털어서 산 스승의 날 선물

한 녀셕은 예쁜 머리핀이구요.

또 두 녀석은 동전지갑입니다.

공부 잘하고 숙제 잘하는 녀석에게 상금 500원!

많이 많이 넣어서 많이 많이 주라구요~

한창 사춘기라 수업에 집중하기 보다는

잡담으로 시간을 허비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사랑스런 제자들입니다.

 

언니 공부할 때 곁눈질로 보던 동생이 어느새 자라

그 언니 뒤를 이어받았습니다.

김수빈 대신 김세빈이가 말이죠.

언니보다 글을 더 잘 써서 상도 많이 받고 싶다는 욕심쟁이 그녀는 후후훗~

 

반장인 원철이는 아이들이 말을 안 들어서 속상할 때가 많답니다.

선생님께 대신 혼날 때도 많지만

반장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죠.

바로 이 티없이 말고 천진한 표정을 아이들이 알아본 거죠.

여자아이들에게 친절하고 심한 장난 치면 화낼법도 한데

늘 이 표정이랍니다.

말괄량이처럼 환하고 티없이 맑은 영혼을 가진 현정이~

피자 한 판 사와서 나눠먹으며 우정을 꽃 피우고

시상을 떠올리느라 생각에 잠겼던 채원이도 휴대폰 카메라들이대니 폼을 잡습니다.

제목이 등나무니까

등나무에 대고 시를 써야

등나무가 하는 말을 들을 수 있지~

선생님, 시도 다 썼구요.

종이비행기도 다 접었어요. 빨리 날리기 시합해요~

채연인 아직도 글 쓸 생각 안하고 폼만 잡는 겨?

현정아, 그렇게 서서도 시가 잘 써져?

그러게~제대로 폼 잡으라니깐

지현아, 눈 감았잖어~

그래~그렇게 맨날 웃고 지내렴`

민찬이가 이렇게 장난을 쳐도 해맑게 웃는

원철이는 부처님?

민찬이는 얼굴은 아이돌 같이 멋있는데,

하는짓은 영낙없는 개구쟁이입니다.

발목을 다쳐 기브스를 하고도 조심하는 법이 없습니다.

보는 사람 마음을 조마조마하게 만든다니까요.

아이, 귀여워~지현이와 현서~

초상권 침해라나, 어떻다나 하면서 요리조리 빼더니

결국은 이렇게 포즈를 잡네요.

그렇게 숨는다고 안 보이나~

홀로 고독에 빠져서

아, 시인이 따로 없다~

야아~또바로 못 설래?

얼굴 반쪽 잘려도 난 모른다.

우리는 샛별나라 삼총사~

뭉쳐도 삼총사

흩어져도 삼총사~

이 날 현서는 노는데 정신이 팔려

원고지를 어디다 뒀는지 잃어버리고

빈 손으로 터덜터덜 돌아가야 했다.

잃어버린 원고지야 다시 사면 되지만

그 안에 써진 소중한 글들은

다시는 생각해낼 수 없는 글들이어서

잃어버린 현서보다 내가 더 속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