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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진항

권규림시인(옥희) 저 개명했어요 2012. 3. 6. 14:25

 

 

 

 

 

주문진항 


                                                  권 옥 희 

   
눈 감고, 귀 막고, 입 닫고 살아온
날이 저문다

비릿한 항구에 취한
팔뚝만한 돔이 바다를 버리고
눅눅한 주문진의 삶이
투명한 살 속으로 녹아든다

건들면 터질듯한
굴곡 많은 뱃사람의 수레
덜커덩 덜커덩 바다로 굴러간다

햇빛 없는 날은 공치는 날
노랗게 노랗게 몸을 태우다가
살길 막막한 근심들이
물귀신처럼 부글대며 차오를 때


빈 고기잡이 배에 멍든 몸이 실려오는
그 마음 가장자리에 바다를 묶어두고
고맙다는 인사도 없이
아, 고맙다는 인사도 없이
너도 나도 떠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