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비
겨울 비
권 옥 희
숱하게 뽑아낸 내 신경줄이
참으로 오랜만에 무료할 때
밀쳐져 있던 심장 가운데를
안쓰럽게 만지작거려 본다
무엇 때문이었을까
흰눈은 오지 않고
가습기로 마구 물기 뿜어대
마른 잎들만 적당히 풀이 죽는
겨울은 때아닌 비
그렇게 젖고 있다
상상력은 이제 사라졌다
있는 그대로 세포분열 되어
껍질과 속이 고루 단단한 빗방울은
더 이상 부드럽지도 않았다
우리들 목구멍에 얼어붙어
뼈 속까지 데울 방한복을 준비할 것이고
서너 달 낮은 숨으로 들어오는
그리움마저 아꼈다가
꼭 필요한 날, 몇 조각의 빛으로
맥박소리 고른 꿈을 빚으라고
너 없는 외로움이 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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