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고 싶습니다
사랑하고 싶습니다
권 옥 희
일찍 혼자만의 세상을 찾아 깊은 산골 꼭꼭 숨어살던
청송, 아버지의 나라에 갔습니다.
아픈 몸으로 돌봐주는 사람 없이 외롭게 지낼 그 마음이 너무나 아파
나중에 당신 이 세상 떠났을 때
내 마음 덜 아프려고 신랑과 동생과 함께 여섯 시간을 달려갔습니다.
소 무릎뼈도 하나 푹 고아서 뽀얀 국물 우려내고
이것저것 밑반찬 준비해서 가는 길은
자식으로서, 딸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밖에 없어
아픈 아버지 보다 내 가 더 아픕니다.
너도 자식 키워봤으니 기다린다는 게 얼마나 외로움인지 알게 될 거라며
내 속을 후벼파시더니 간다고 하면 오지 말라고 해놓고도
이제나 저제나 기다렸나 봅니다.
동생은 엄마가 우릴 키웠지, 아버지가 키웠나~하지만
그래도 아버지 없는 자식이 어디 있나요.
젊어 좋은 시절 다른 곳에서 다 보내면서
엄마와 자식들 가슴에 돌이킬 수 없는 대못을 쳐놓고도
늙고 병들면 찾을 곳이 자식밖에 없는 우리 아버지,
저 구부정한 어깨며 향암제 투여 부작용으로 퉁퉁 부운 얼굴이
사람으로 태어나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려주는 표본 같습니다.
미움 박혀 돌아보고 싶지 않은 세월이지만
그 세월 속에 아버지로서 우릴 사랑한 적이 몇 번이나 있었을까
생각해보니 그냥 무서웠고 어렵고 우릴 버렸다는 아픔밖에 없지만
그래도 얼마남지 않은 저 얼굴을,
저 못난 사람의 생을 사랑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