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옥상에서- 토종닭 엄나무샤브샤브
오늘은 어버이날,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은혜
카네이션 꽃 한 송이로 대신 하긴 너무 미약하지만
그래도 그 꽃 한 송이 달아드릴 수 있어
기쁜 마음으로 찾아간 요양원.
엄마, 엄마 불러도 메아리 없던 엄마를 두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던 엄마의 입에서
오늘은 정말 오랜만에 왜! 라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엄마, 나 누구야? 뜻밖에도 옥희! 라는 말도 들었습니다.
말 하고 싶어도 말할 수 없는 엄마가 죽어버린 기억을 들춰내
오늘은 자식들 보는 기분이 꽤 괜찮은 모양입니다.
세상에 홀로 버려진 것처럼 이렇게 누워지낸지 어언 10여 년,
살아 있어도 죽어지내는 세월이지만
그래도 눈 뜨고 이 세상 지키며
가슴이 아려서 두고 떠날 수 없는 자식들을 지켜주려
아프고 아파서 비명조차 지를 수 없어도
혼자 버티며, 버텨내며 오늘도 살아계셔 고맙습니다.
사랑하는 엄마, 사랑한다는 말조차 못해서 더 미안한 엄마
엄마라 부를 수 있게 해 주셔서 또 고맙습니다.
엄마는 어딜 보고 있을까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는 아들과 며느리를 보고 있지요.
말은 안 해도 눈으로 말해요.
많이 보고 싶었다고, 혼자 외로웠다고...
손녀딸이 아르바이트 가면서 꼭 할머니 가슴에 달아주라고 했다네요.
엄마에게도 이 꽃 같은 싱싱한 젊음이 있었겠지요.
한 꽃이 시들면 다른 꽃이 피어나듯 우리네 삶도 그렇네요.
엄마는 시들어도 자식 꽃을 피웠고 우리 또한 시들어 가며
또 다른 자식 꽃을 피워가니까요.
엄마의 가슴에 꽂아준 꽃을 10여 년 온 정성 다해 당신 보살피느라 고생했던 아들에게 꽂아주네요.
이게 엄마의 마음이지요. 뭘 해도 미안하고 다 주어도 아깝지 않은...
엄마, 고마워. 아들은 그런 엄마가 안쓰러워 가슴으로 웁니다.
엄니, 엄니 좋아하는 요플레에요. 맛있죠?
세상에 아무리 맛난 음식이 있어도 엄마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이렇듯 자식들이 한 번씩 찾아가서 떠먹여드리면
그래도 달게 입맛 다실 수 있는
요플레 한 통 뿐입니다.
원장님이 어버이 날이라고 수박까지 내 주셨네요.
우리는 우리 엄마 대신 어른들 입맛 다시라고
겨우 초코파이하고 요플레밖에 안 사갔는데 말이죠.
어이, 당신도 우리 엄마 돌보느라 고생했으니까
귀에라도 꽂아봐!
요양사로 일하면서 다른 엄마들은 정성으로 보살펴 주는데
정작 우리 엄마한테는 못 보살펴줘서 미안하다고
웃고 있어도 울고 있는 저 마음을 우린 압니다.
그러게, 틈 나는 대로 차주 찾아와서 엄마 보살펴드리자.
포천 사는 박서방이 나무 박사답게 토종닭에 엄나무순과
가시오가피순을 잔뜩 따와서 별미로 샤브샤브 해준다네요.
그래서 동생네 집 옥상에서 파티가 열렸습니다.
아, 구수한 토종닭이 푹 삶아졌네요.
동생이 맛을 봅니다.
국물 맛이 끝내줘요~
아무도 상상 못할 이 맛, 우리 거시기가 끓여서 더 그런가?
골고루 먹어야 한다며 숯불에 꺼먹돼지 삼겹살도 굽습니다.
우리 오선이하고 오규가 있었으면 아주 좋아할 텐데요.
요즘 대학생들은 놀고 먹는 학생이 없습니다.
무엇이든 열심히 해서 힘든 엄마, 아빠 어깨를 가볍게 덜어주려구요.
슬슬 상이 차려집니다.
2층에서 5층 옥상까지 음식 나르기가 꽤 힘들어도
밖에 나가 사 먹는 음식에 비할 수 있나요?
그래서 너도 나도 부지런히 개미처럼 물어나릅니다.
숯불구이는 아무나 굽는 게 아니라며
박서방은 집에 한 번씩 올 때마다 일꾼이 됩니다.
사람이 좋으면 그 자리의 분위기도
고기가 익어가듯 구수해집니다.
자, 드디어 음식이 완성되고 상이 차려졌네요.
개두릅이라고도 하는 엄나무순을 토종닭국물에 살짝 익혀
고기랑 싸서 초고추장에 찍어먹는데
와우~환상적인 그 맛,
그냥 술 한잔과 함께 술술 넘어가는데
쌉싸름하면서도 배부른 줄 모르고 술도 취하지도 않고
완전 건강식이라니까요.
이 때 아니면 못 먹는 음식이라고 해서 정말 배 터지게 먹었습니다.
흐흐흐~ 절로 웃음꽃이 피네요.
많이들 먹어둬~
다 살이 되고 피가 되는 것잉께.
부럽죠?
어디서 이 귀하고 맛난 재료들을 만날 수 있겠어요.
다 나무박사 잘 만난 덕분이죠.
형님~ 아~ 해보세요.
개두릅 쌈은 이렇게 먹는 거에요.
냄비 속으로 산을 버린 채 여린 엄나무순은
자꾸 자기 몸을 녹여 파르스름한 국물을 우려내고 있습니다.
열심히들 먹고 건강해지라고요.
먹는데는 장사 없다지요?
다들 먹는데 정신이 팔려 말문이 닫혔네요.
이렇게 맛난 음식은 처음이야.
엄마 볼 때는 마음이 아렸는데
언제 그랬냐는 것처럼 우리는 다시 일상에 돌아와 있습니다.
이 자리에 울 엄마도 함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게 언니,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래도 오늘은 모든 거 다 잊고 맛있게 먹자구요.
맞아요. 형님!
안 그래도 살아가기 힘든데
이것 저것 다 생각하면 어떻게 살겠어요.
자기도 아~ 해 봐!
입을 있는대로 벌려 아~
아무래도 마음에 걸려 엄마 대신 사돈어른을 모셨습니다.
사위 다섯 중에 셋째인 내 동생을 제일 사랑한다는 사돈은
여든 다섯 연세가 믿기지 않게 정정하십니다.
딸만 다섯 줄줄이 낳아 시어른들한테 마음 고생도 심하셨다는데
열 아들 안 부럽다는 말 딱 맞는 것 같습니다.
어이, 동상~
이제는 몸 생각해서 담배 좀 끊어야 되잖겠어?
누나의 충고 한마디!
엄니~ 우리 오선이가 엄니 꽃 달아드리고 인증샷 보내라고 했응께
한번 찍어보자구요.
우리 예쁜 손녀딸 오선이가 그랬단 말이여?
아이구~ 이젠 고만 찍어!
늙은이 뭐 볼 거 있다고~
아, 그래도 엄니, 남는 건 사진 밖에 없다잖아요.
그래서 이렇게 환하게 웃으며 찍었습니다.
가슴에 단 카네이션 꽃보다 주름진 그 얼굴이 더 아름답습니다.
엄마, 나도~
그려, 그려 너그 아버지가 그랬재.
백두산 꼭데기에 올려놔도 아무 걱정 없을 거라던 우리 셋째딸!
엄마를 부탁하고 싶어도 부탁할 곳이 없는 우리 올케는
우리 엄마 세상 뜨면 이 엄마랑 한번 살아보는 게 소원일 겁니다.
자~ 우리도 맛나게 먹었다는 증거로
인증샷 한번 찍어봅시다.
응~ 이렇게?
아니면 요렇게?
아유~ 아가씨, 어떻게 해야 그런 포즈가 나와?
우리 올케 엄마 옆에 있다고 그새 환한 달덩이 됐네.
여보, 그렇게 말고 이렇게
난 당신의 종이야. 딸랑딸랑~
박서방 그렇게 무표정 말고 이렇게~
난 도무지 사진 찍는 건 별로라서~
박서방~ 김치~
그래도 미소는 지었네 뭐.
그럼 나랑 한번 찍어봐
봐~ 이제 김치 되지?
그나 저나 약속 있다고 나간 우리 신랑은 왜 아직도 안 오는 겨~
사진 찍을 때 포즈는 말이지 이렇게 하는 거야.
헤~ 옥상에서 밥 먹다 말고 뭘하는 건지 원~
마흔도 중반인 나이를 어디로 다 먹었대~
너 우리 약올리는 거지 시방~
우리는 영원한 형님 아우~
그렇지 또 나왔다.
자동 김치~ 아니 브이~
그래서 셋이 한방 더...
누나, 나 일 마치고 이제 왔어.
영민아, 빨리빨리 먹어봐. 맛이 둘이 먹다가 둘다 죽을지도 몰라.
보기에도 맛있게 보이죠?
대전 사는 둘째 영일이 빼고 우리 4남매 이렇게 또 순간의 추억을 남겼습니다.
웃고 있어도 마음 깊숙이에서 울고 있는 표정들이
어딘가 쓸쓸해보입니다
막내가 눈감았다고 올케가 또 한번 찍었습니다.
이렇게 크게 뜨란 말이여?
엄니, 그런데 이 봉지에 있는 건 뭐예요?
힘든데 뭘 이런 건 싸가지고 오시느라고...
하면서도 속으로는 좋다.
아직은 건강하셔서 이것저것 싸다 주시니까~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토종 된장.
이것만 있으면 두부 넣고 바글바글 된장찌개
으~ 벌써 침 넘어간다.
형님도 완전 내 체질이야. 흐흐흐
부지런히 구워서 오선이 오면 주라고 해야지.
토종닭이 낳은 생달걀,
여보야, 이것 하나씩 깨 먹고 노래방 가서 노래나 한자리씩 할까?
그럼 노래가 잘 넘어가겠지~
우리 자기, 왜 이제 왔어?
우리도 계란 하나씩 깨 먹자구~
자~ 이제 이 계란 깨 먹을 겁니다.
그 뒷맛은 상상에 맡길게요.
이서방-여자의 일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