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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바늘은 사랑을 돌려주지 않는다

권규림시인(옥희) 저 개명했어요 2010. 9. 27. 00:57

 


 

 


 

시계바늘은 사랑을 돌려주지 않는다




                                                                             권 옥 희







여기저기 뜬 별이
머리 위에 가까웠으니
어느새 이렇게 먹어치웠나
생각 없이 시간을 뜯어먹으며
그리움도 없이 가을은 오고
가버린 사랑을 다시 불러올 수 없는 나무는
제 목 놓아 핏빛으로 울고


그 나무 그늘을 불빛 삼아
어둠을 끌어다 앉히는 포장마차는
시끌시끌한 사람 숲을 지나
분주했던 발자국소리마저 끊어 가는데
습관처럼 붙들려 시계만 들여다보는 사람
여자 냄새 사라진 집이 두려워
술로 시간을 푼다

세상에 혼자 남는 것은
바다가 쓸어간 뻘 같은 것
질퍽한 사랑의 늪에 빠져
혼돈의 회로를 몇 굽이 돌고나면
세상 아무것도 아니라며 술이 술을 푼다
자정 넘긴 그 어깨에 떨어진 별이
되돌릴 수 없는 후회를 씻으러 왔다 한들
시계바늘은 그리움을 돌려주지 않는다

한번 떠난 사랑을 찾아주지 않는다

 


울음 섞인 가슴이 타들어가는
거대한 침묵, 휘청이는 안개밭으로
떠난 여자의 입술이 또렷하다
다리가 풀어지고 그 남자
천지사방 어둠 속으로
아무 목적 없이 휘날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