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을 담는 마음-스크랩

[스크랩] 나이든 부부가 함께 길을 걷습니다 / 송영욱

권규림시인(옥희) 저 개명했어요 2010. 4. 24. 01:52

     나이든 부부가 길을 걷습니다/雨蓮 송영욱

        

    나이든 부부가 길을 만들며

        힘겹게 걷습니다

        굽어진 몸

        부인에게 반쯤 기대어.....

        뇌졸중이 온 것입니다

        부인은 가냘픈 몸으로

        남편을 바로 세우려 안간힘을 쓰다가

        휘어진 허리이지만

        온화한 미소를 남편에게 보냅니다.

        어려울 때 같이 하는 사람은

        오로지 부부 뿐이라고

        어른들 말씀을 되새겨 봅니다


        제가 아는 친지 중에

        자식들 공부 다 가르쳐

        대처로 내보내고

        같이 살자 하는 큰자식 뿌리치고

        노부부만 포근한 고향에서

        도란도란 마음 편히 살았습니다

        그리고는,

        몇 해가 흘러

        당뇨병으로 고생 하시는

        할머니가 먼저 돌아가시자

        걱정이 앞선 자식들이

        모시겠다는 것을 또 뿌리치고

        할아버지는 고향집에서 홀로사시며

        외로우면 할머니 묘소를 찾아가

        잡풀을 뽑아주다가 힘이 부치시면

    깊게 담배를 피워 물고 연기속에서

    가상현실처럼 할머니와 마주하셨습니다

        할미꽃 싹이 봉분위로

        쀼죽이 올라오는 봄날에는

        무덤 옆에 누워 할머니에게

        다정한 이야기를 건네기도 하셨답니다


        세월의 흐름이

        계절을 바꾸어가

        가을이 찾아들어

        햇살이 짧아지고

        풀빛마저 누렇게 변해가자

        마음이 바빠지신 할아버지는

        날이 추워지기 전에 할머니 묘지를

        예쁘게 단장하러 낫을 들고 가셨답니다


        도시생활에 바쁜 아들은

        꿈속에 보인

        어머니와 아버지가 너무 다정스럽게 보여

        이상한 느낌이 들어

        아버지께 전화를 드렸으나

        전원이 꺼져 있다는 안내 음만 반복되어

        급히 내려가 보니

        할아버지께서는 할머니 묘소옆에

        막자란 잡목을 베내다가

        그대로 엎드려 낫을 든체 돌아가셨다 합니다


        차원이 다른 세계의 삶이었지만

        두 분의 사랑의 고리는

        어느 한분이 놓지 않는 한

        영원히 연결 되어 있나 봅니다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다 끝난 것은 아니라는

        할아버지의 할머니의

    가슴에 녹아든 사랑에

        가슴이 울컥 하며 눈앞이 흐려 옵니다.

                                              

    * 송영욱의 시선

    <개불알 꽃에 매달린 작은 십자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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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소국
글쓴이 : 코스모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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