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을 담는 마음-스크랩

[스크랩] 구부러진 길

권규림시인(옥희) 저 개명했어요 2010. 1. 5. 01:50

 

 

 

 

 

 

 

 

구부러진 길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듯이
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뜨는 구부러진 길.
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을을 품고
구불구불 간다.
그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이 나는 또한 좋다.
반듯한 길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
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
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
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고 가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이준관의 <구부러진 길>-

     

 

이준관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9006년  대한민국 동요  대상 수상

 

 

출처 : 임동향우회
글쓴이 : 남시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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