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품
아버지 굽은 등을 볼 수 없었다
권규림시인(옥희) 저 개명했어요
2009. 12. 13. 23:49
아버지 굽은 등을 볼 수 없었다
권 옥 희
황혼은 바람에 꺾일 때가 아름답다
다시는 사랑을 않겠다고
아버지, 바람에 못 박힐 땐 차라리 눈물겹다
아침꽃이 끄는 길을 따라
아무 일 아닌 것처럼 발맞춰 무명(無明)의 물결이 되어도
심심풀이 땅콩처럼 부신 햇살은
외로움을 해갈시키는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았다
집에 모두 두고 나온 빈 손의 허기
무심하다 하기엔 봄꽃들이 너무 예뻐
이름 모를 알사탕 목마름으로 풀어넣을 때
해안은 뱅뱅 돌아 물새깃보다 가볍게 지평선을 그었다
젊고 푸르렀던 해그림자 밑으로
거짓말처럼 추스려지는 어깨가 한번 더 출렁이고
지금은 없는 사랑
지나간 발자국 하나도 붙들자고
공원을 나르는 멧비둘기 작은 발이 유난히 붉을 때
한 번도 그래본 적 없듯
아버지, 오늘도 외로움에 못 박혀서
자신의 굽은 등을 볼 수 없었다.
피아노 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