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
분 수
권 옥 희
그가 물을 뿜는 건
가슴이 뜨겁다는 증거다
뜨거운 중심이 무거워서
여름내 비명을 지른다
비명의 강도가 더해질수록 믿음은 깊어지고
어느 날 그가 물을 더 높이 뿜는 건
마침내 일을 저질렀다는 증거다
나는 무지개가 둥둥 뜬 물기둥에 기대 채
행복하냐고 묻는다
그가 힘차게 물을 뿜는 건
뜨거운 중심이 무거워서
놀라 비명을 지르는 건
내가 치마만 두르고 오줌을 누러 나갔을 때다
오줌통에서 건진 뽀얀 햇살들이
물집 속에서 환하자
무지개가 둥둥 뜬 물기둥에 기댄 채
행복했냐고 그가 묻는다
말이 없어도
사랑이 한가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