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나무
사랑나무
권 옥 희
오래된 모과나무 속에 키를 훌쩍 넘긴
말채나무가 삽니다
헤어지면 어쩌나 팔뚝 굵게 힘을 키우고
확대되는 초록의 떨림을 느낌으로 깨우면서
서로 빈 가슴 한모퉁이를 차지했습니다
별꽃이 수없이 피다 진 자리처럼 하늘을 펼치고
겨드랑이 있는대로 뻗어 마련한 꿈자리 속에서
나무도 삼삼한 사랑을 합니다
저 아래 사랑으로 이어지는 계단이 비에 젖고
쪼개지는 빗방울을 받아들이는 물관처럼
내 안에 네 기관이 관통하면서
몇 백 년 살아가는 일이 순간이었습니다
누가 뭐래도 닭살처럼 송글송글 솟는 사랑은
오래된 습관이었습니다
속 비면 꺾일 목숨 안에 깊이 뿌리 박아
이렇듯 서로를 지탱해 가는 것
즐겁게 하늘을 보며 고맙다
고맙다 등 두들겨 보는 것
나무도 뭉클한 사랑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