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포구에서
낯선 포구에서
권 옥 희
바다가 몸을 세우면
내부에 살아 있는 것은 신경이 날카롭다
부서걱리는 소리조차 까무러치게 한다
쉽게 잠들지 못하는 머리맡
금 간 창 하나와 빛바랜 커튿
포구의 낯선 방이 심상찮다
불을 끈 채 어둠을 두른 풀벌레 소리와
유난한 바람 소리조차
아무래도 바다가 심상찮다고
살아 있는 귀를 막는다
바다가 빠져 나가 헐렁해진 하늘 한귀퉁이
두 팔로도 잴 수 없는 거리만큼
모른다, 나도 모른다며
일제히 바늘 끝 세워
맘껏 낯선 방을 밀어올리는 파도
격정 뒤의 달콤한 휴식으로
거듭 뇌신경을 죽인 저 아래층의 새벽줄기로
우리 몸이 맨 처음 온 그 길이 열리려나
베갯머리에 흩어진 머리칼 몇 올
나는 벌써 생의 반을 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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